인하우스 디자이너, 글로벌 무대에 서다 – 배민 팀장의 리더십 리포트
- 5월 12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월 13일
실행하는 디자이너, 함께 걷는 리더

(주)우아한청년들 | 라이더정책실 라이더디자인팀
2024 Adobe Make it 공식 연사
🎤 B급 감성과 유쾌함, 시스템이 된 이유
Q. 하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조직 전체가 몰입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배달의민족은 브랜드 중심의 조직문화라는 점에서 확실히 특별한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님이 디자이너 출신이셨기 때문에, 디자인은 단순히 ‘경영의 일부’가 아니라 회사의 철학 그 자체이자, 조직을 이끄는 중심축이 될 수 있었습니다.
경영진이 디자인과 브랜딩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에, 구성원 전체가 자연스럽게 그 방향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거죠.
배민 특유의 유머나 B급 감성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경영진이 그 스타일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지켜야 할 정체성으로 여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 디자인은 감탄이 아니라, 반응을 이끄는 무기입니다.
Q. 현장에서 디자인을 직접 실행하며 느끼신 ‘좋은 디자인’의 조건은 무엇이었나요?
디자이너들은 종종 명함의 여백, 그림자의 농도, 픽셀 단위까지도 집요하게 신경 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디테일보다 전체적인 인상과 경험에 반응합니다.
“어? 이거 배민 거네!” 하고 직관적으로 인지하는 순간이 훨씬 더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팀원들에게도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완벽한 디테일보다, 한 명의 고객을 더 설득하는 디자인이 성과를 만듭니다.”
디자인 역시 결국 성과로 증명되는 영역입니다.
“이 디자인 예쁘죠?”보다
“이 디자인 덕분에 5만 개가 팔렸습니다.” 이 말이 훨씬 더 강력한 이유입니다.
반대로 “10개 팔렸어요”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그건 좋은 디자인이라고 보기 어렵겠죠.
결국 비즈니스에서 살아 있는 디자인은, 결과로 말한다는 것을 저는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 강한 개성도, 팀 안에서는 설득이 필요합니다.
Q. 서로 다른 창의적 관점을 지닌 디자이너들과 함께할 때, 팀워크는 어떻게 만들어가고 계신가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팀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는 예술을 하러 온 곳이 아닙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을 얼마나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시각화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내 결과물이 뛰어나다고 느껴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없다면 좋은 디자인으로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디자인 역량보다 먼저, 소통력과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협업하는 다른 팀이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고, 어떤 목표를 향하고 있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걸 디자인에 녹여내야 ‘진짜 결과’가 나오거든요.
결국 디자인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맞추고, 함께 완성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저는 ‘좋은 디자이너’라고 믿습니다.

Q. 시장에서 반응을 이끄는 디자인,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디자이너로서 이 말에 저는 때론 공감하기도 합니다.
디자인에서는 오히려 이것이 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왜냐면 일단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A/B 테스트도 좋고,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책상 위에서 완벽한 정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패를 늘 ‘디자인 학습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한 번 실패하고 나면 그다음 시도는 훨씬 더 나아지는 그런 경험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실패는 오히려 다음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실패를 그냥 넘기지 않고 되돌아볼 줄 아는 힘.저는 그게 진짜 성장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든 조직이든, 결국 부딪혀본 사람이 더 단단한 결과를 만든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성과는 함께 만든 것, 이름은 나눠 가져야죠
Q. 팀의 성과가 나왔을 때, 리더로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책임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성과를 냈다면, 그 이름은 반드시 함께 나눠야 합니다.”
아주 당연한 말 같지만, 여전히 많은 현장에서 실무자의 기여는 가려지고 팀장이나 디렉터의 이름만 언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부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먼저 이렇게 말합니다.
“그 프로젝트는 제가 아니라, OOO 디자이너가 주도했습니다.”
가능하다면 함께 자리에 나가 소개하고, 그 역할을 정확히 짚어줍니다.
저는 이것을 ‘샤라웃(shout-out) 문화’라고 부릅니다.
단순한 “고마워, 수고했어”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의 핵심 설계는 이 사람이 했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라고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죠.
이런 문화가 쌓여야 팀원 개개인의 노력이 존중받고, 그 존중이 지속 가능한 조직의 기반이 된다고 믿습니다.
결국 진짜 리더는 스포트라이트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팀을 진짜 ‘팀답게’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실행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Q. 많은 연사 후보 중에서도 어도비가 팀장님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작년에 어도비가 생성형 AI 툴인 Firefly를 처음으로 공식 공개했는데, 당시만 해도 이를 실제 실무에 적용한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팀은 이미 Firefly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그 과정을 어도비 측에서도 주목해 주셨어요.
저는 단순히 툴의 기능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비즈니스 관점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했는지까지 함께 이야기했거든요. 아마 그 부분에서
“툴을 아는 것을 넘어, 맥락과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
이라고 느끼셨던 같고, 저를 최종적으로 Adobe Make it 행사의 스피커로 초청해 주셨습니다.
Q. 예상치 못한 큰 무대였던 만큼, 부담이나 책임감도 크셨을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셨나요?
정말 큰 부담이었죠.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이걸 감히 해도 되나?”였습니다. 보통 그런 자리는 업계의 유명 디자이너나 대기업 임원이 서는 무대잖아요. 저는 그저 실무자였고, 그래서 더 주저하게 됐던 것 같아요.
“너가 왜?”, “왜 너를 선택했대?”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땐 솔직히 낙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이런 생각을 해왔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사람에게도 반드시 온다.’
그래서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발표 자료를 준비했고, 다행히 어도비 관계자분들이 제가 만든 자료를 정말 좋게 봐주셨어요.
“이대로 발표하셔도 됩니다.”
이 한마디에 자신감이 붙었고, 그때부터 저에겐 우리 팀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Q. 무대 이후, 일과 커리어를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전환점이 생겼나요?
제 인생에서 손꼽히는 큰 기회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잘 알려진 디자이너도 아니었고, 업계 경력이 오래된 편도 아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실행하는 실무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준 어도비의 선택이, 저는 정말 멋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더 확신하게 됐습니다.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든, 어떤 직책에 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행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기회는 찾아 옵니다."

🎤 조끼 하나로 바꾼 시선, 라이더를 위한 브랜딩
Q. 라이더 브랜딩 강화는 어떤 배경 속에서 시작됐고, 실제 어떤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냈나요?
배달의민족에 리더십 변화가 있었을 때, 디자인 접근 방식 역시 새로운 방향으로 재정비되었습니다. 그 변화는 디자인 전략에도 영향을 주었고, 그중에서도 라이더 브랜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사회적으로 배달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한편, 라이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부정적인 인식도 함께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경영진 내부에서도,
“라이더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더 책임감 있게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었어요.
라이더라는 직업 자체가 기본적으로 혼자 일하는 외로운 일이기 때문에, 조끼 하나로 생긴 소속감과 자긍심의 효과가 꽤 컸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민트색 조끼만 봐도
“아, 배달의민족 라이더구나”
하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신뢰의 시선을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단순한 유니폼이 아니라, 브랜드가 보증하는 전문직업인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전한 사례였죠.
디자인이 브랜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실감한 프로젝트였습니다.
Q. 브랜드를 넘어, 사회 인식에 영향을 주는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방향을 그리고 계신가요?
지금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웨어러블 브랜딩 전략은, 작년에 다녀온 독일 배달 산업 박람회를 계기로 더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라이더의 안전과 복지를 고려한 시스템이 굉장히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고,단순한 조끼나 가방을 넘어 실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장비와 구조 설계까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우리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고,지금도 그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굿즈 개발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분명히 느꼈습니다.디자인은 단지 브랜드의 얼굴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사람의 역할과 이미지를 보호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앞으로도 저는 단순한 시각적 완성도를 넘어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가는 디자인을 실천해 나가고 싶습니다.

🎤 디자인만 예뻐선 안 돼요, 당신 자신도 세상에 보여야죠
Q. 단순히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회를 끌어당기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생각이 필요할까요?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결과물은 자랑할 줄 알지만, 정작 ‘자신’을 드러내는 데는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미적 기준이 높은 직군이기도 하고,
“나는 차은우급 비주얼은 아니잖아...”
같은 과도한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또는, “내가 만든 건 예쁘지만, 나는 덜 예쁘다”는 선을 스스로 긋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조언합니다.
“당신의 디자인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면, 자신도 함께 세상에 나와야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조용히 회사에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건 이미 나를 ‘선택한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방식이니까요.
진짜 영향력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세상이 당신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디자인 실력만으로 기회가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회사의 성장을 직접 끌어낸 디자이너”로서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그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기회와 더 넓은 무대를 만나길 바랍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정기적으로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