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만든 전환, 청년과 리더를 잇는 길
- 8월 19일
- 5분 분량

윤혜식 대표
투마일스(2miles) CEO
『클라우드: 새로운 기술 생태계의 탄생』, 『챗GPT 미래 일자리 2030』 저자
청년의 AI 리터러시와 진로 탐색을 위한 ‘잡그리기 캠프’ 기획 및 운영자
Microsoft Regional Director & MVP (Most Valuable Professional)
지금의 청년들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풍요 속에서 오히려 방향을 잃고, 정답 없는 불안 속에 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길을 함께 찾아갈 수 있는 질문, 그리고 그 질문을 진심으로 던져줄 한 사람입니다.
윤혜식 대표는 기술 전문가이자 저자로, ‘잡그리기 캠프’를 통해 수많은 청년들이 전환점을 맞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맥락 속에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리더의 감각이라고 말합니다.
이 글은 그가 수년간 청년과 나눈 질문과 응답,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길어 올린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이 그 단단한 연결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침묵이 발견으로 바뀌는 순간
Q. 불안 속에서 길을 잃은 청년에게, 어떤 질문이 새로운 시작을 열어줄 수 있을까요?
오늘날의 불안은 정보 부족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저는 정답을 알려주는 조언자가 아니라, 방향 설정을 위한 질문을 이끌어내는 조언자가 되고자 합니다.
예컨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왜 지금 이 분야를 선택했나요?”
“이 일이 당신의 강점과 연결되나요, 아니면 안정적으로 보여서 선택한 건가요?”
“안정적인 직장이 당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나요?”
이처럼 질문을 던지다 보면, 많은 청년들이 세 번째나 네 번째에서 멈춥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달려온 목표가 사실 ‘나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기대, 친구들의 선택, 사회가 주입한 성공의 프레임 속에서 정답처럼 보이는 길을 걸어왔던 것이죠. 남들이 박수 쳐주는 삶을 살기 위해 달려왔지만 정작 나의 호흡은 잃어버린 채 말입니다.
그래서 진로 캠프에서 저는 단 하나의 질문에 집중합니다.
“왜 그 일을 하고 싶으세요?”
삶의 지도를 스스로 그릴 때
Q. 청년들이 자기만의 기준점을 세우도록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많은 청년들이 남의 기준에 맞춰 살다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이럴 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과거의 실패나 결과에 매이지 않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당신의 열정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커리어 목표를 정하기에 앞서, 먼저 삶의 형태와 방향을 스스로 언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기준이 분명해야 기술을 배우는 것도,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성공만 좇으면 선택지는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타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할 때,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리더의 역할은 답을 대신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자기만의 좌표를 발견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질문을 던지고 함께 걸어주는 동반자가 되는 것입니다.

위로가 아닌 통찰, 그리고 성장의 시작
Q. 청년이 진로에서 전환점을 맞이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진로 캠프에 참여한 한 청년은 당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첫날, 저와 멘토들의 질문과 강의를 들은 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저를 한번 시험해보고 싶어요.”
그날 이후 그는 일을 정리하고 국비 지원으로 AI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6개월간 몰입한 끝에 포항공대 AI 대학원에 합격했고, 카네기멜론에서 교환 연수까지 마친 뒤 지금은 AI 전문기업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깨닫습니다. 청년에게 중요한 건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곁에서 건네는 작지만 진심어린 한마디라는 것을요.
Q. 세심한 관찰과 솔직한 지적이 누군가의 성장을 이끈 사례가 있을까요?
실력도 태도도 부족함 없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자존감은 실력만큼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여러 질문을 던지며 그 이유를 천천히 찾아가 보았습니다.
결국 드러난 건 의외의 지점이었습니다. 발표 때마다 자신감이 꺾이는 이유가 ‘발음’ 때문이었던 겁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정면으로 짚어준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발음이 조금 불분명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정을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보면 어떨까요?”
캠프가 끝난 그는 곧바로 치과를 찾았고, 몇 년 뒤 원하는 직장에 취업해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본질은 치아 교정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누군가가 “괜찮아”라는 위로 대신 “여기서 막히고 있어요”라는 솔직한 피드백을 전해줄 때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질문이 본질을 드러내고, 그 본질 위에 놓인 단 하나의 정직한 말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움직이는 순간. 저는 그 장면을 수없이 목격해왔습니다.

재능을 역량으로, 감각을 실행으로
Q. 개인의 강점이나 호기심이 사회적 역량으로 전환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사람마다 타고난 감각이 있습니다. 관계에 민감하거나, 창의적이거나, 남을 돕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식이지요. 하지만 이런 성향만으로는 사회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문제 해결력, 협업 경험, 실행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강점이 ‘역량’이 됩니다.
예를 들어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NGO나 전문 조직에서 일하려면, 그 감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 성과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청년들과 이야기할 때 그들의 성장 과정에서의 경험, 반복되는 감정 반응, 자주 몰입하는 활동을 함께 살펴봅니다. 어떤 친구는 색감에 예민해 디지털 디자인에 강점을 보였고, 또 다른 친구는 그림 실력은 뛰어나지만 도구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같은 재능이라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전문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멘토의 역할은, 청년이 이미 가진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회에서 통하는 힘으로 다듬어주고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경쟁을 넘어 가능성을 향하는 눈
Q. AI를 비롯한 미래 기술이 일상이 된 지금, 청년들은 이 흐름을 어떻게 진로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기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어디에, 왜 연결할 것인가입니다. 많은 청년들이 단순히 배우는 데 머물지만, 경쟁력은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에 기술을 교차시킬 때 생깁니다.
이미 빠르게 자동화가 진행되는 분야도 있습니다. 예컨대 회계나 마케팅 같은 직무는 기존 방식을 지키는 데서 가치는 점점 줄어듭니다. 이럴수록 “내 역량을 기술과 어떻게 새롭게 접목할 수 있을까”를 묻는 태도가 차이를 만듭니다. 반대로 돌봄·예술처럼 인간적 감수성이 본질인 영역이라면, AI 도입보다 오히려 자신만의 색깔을 선명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또한 직업을 선택할 때는 현재의 레드오션이 아니라, 미래에 경쟁력이 생길 블루오션을 주목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기술은 대체로 ‘현재 시장’에 맞춰져 있어, 장차 필요할 영역과 괴리가 생기기 쉽습니다. 따라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자신만의 통찰을 기르는 훈련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진로 캠프에서는 이를 위해 하루를 온전히 메가트렌드와 마이크로트렌드 분석에 씁니다. 각자가 발견한 가능성을 스스로 언어화하도록 돕는 것이죠. 결국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자기만의 연결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관계가 열어주는 길
Q. AI 시대에서도 ‘사람과의 만남’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데이터는 어디에나 있지만, 그것이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스스로 깨닫기 어렵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이건 네 이야기가 될 수 있어”라고 짚어줄 때, 단순한 정보가 비로소 통찰로 바뀝니다.
잡그리기 캠프에서 저는 멘토들과 함께 청년들에게 AI가 절대 던질 수 없는 질문을 건넵니다.“왜 이 일을 하려 하나요?”“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이 질문이 나오면, 청년들은 더 이상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대 간 경험이 이어질 수 있도록 ‘비전 서클’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는 멘티가 멘토로, 멘토가 다시 그랜드 멘토로 자라납니다. 멘티는 조언을 얻고, 멘토는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그랜드 멘토는 젊은 세대의 창의성과 열정을 배우게 됩니다.
결국 청년들이 원하는 건 정답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함께 읽어줄 맥락 있는 연결, 그것이 오직 사람이 줄 수 있는 힘입니다.

방향과 도구를 이어주는 연결자
Q. 청년의 잠재력을 현실로 이끌어내기 위해,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청년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어떤 경험을 하고 누구와 연결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래서 리더의 역할은 청년 곁에서 ‘첫 문장’을 함께 써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로나 가치관처럼 삶의 방향을 담은 한 문장은 청년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가르치기보다, 청년의 잠재력이 확장되도록 자극을 주는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비전이 없는 청년에게는 방향을, 목표가 선 청년에게는 전략과 도구를 연결해 주는 역할 말입니다.
결국 청년을 변화시키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사람의 에너지입니다. 삶의 무게와 진정성을 담아 곁에서 건네는 말이 있을 때, 청년은 진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 역시 ‘잡그리기 캠프’에서 링크드인을 통한 커리어와 네트워크 개발 강연자이자 멘토로 함께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날 마주했던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과 빛나는 눈빛은 지금도 제 마음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에도 링크드인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며, 멘티들에게 응원을 받고 또 제가 그들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이 여정 속에서 절실히 깨닫는 것은, 청년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길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이 그들의 곁에서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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