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한 통의 전화, 한 줄의 메일… 그리고 무대 위의 나
- 5월 28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31일

이걸 누가 읽겠어요?
어떤 영화는 열 번도 넘게 볼정도로 나는 영화광이었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의 여정을 담은 전기영화를 볼 때면, ‘창업’이라는 도전이 얼마나 복합적인 감정과 결정을 요구하는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담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반응이 왔다.
처음엔 조회 수 몇 건. 그러다 어느 날 이숫자는 어느새 수백, 수천으로 늘어나 있었다.
“공유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정말 공감돼요.”
이러한 댓글과 메시지는 작은 신호들이었지만, 분명 누군가는 이 글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다.
그 즈음, 한 비즈니스 미디어사의 마케팅 담당자와 미팅을 가졌다. 스타트업 대상 PR 서비스를 제안하러 온 자리였다. 비즈니스적 예의는 충분했고, 대화도 자연스럽게 흘렀다.
미팅이 끝날 무렵, 의견이 궁금해 조심스럽게 내가 쓴 글 몇 편을 보여주었다.
그의 반응은 생각보다 빨랐고, 낯설지 않았다.
"이건 뭐 쉽지도, 어렵지도 않네요. 솔직히 누가 이런 걸 읽겠어요?”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당황스러웠지만, 이번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 글을 읽고 있었고, 반응하고 있었다.
그건 나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고,
나에겐 그걸로 충분했다.
그건 당신의 환상일 뿐이예요
나는 평소에도 비즈니스와 경제 서적을 꾸준히 읽었고, 마음에 남는 문장이나 신간 리뷰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새 책을 한 권 보내주신다는 내용이었고, 처음 대화는 무척 부드럽고 호의적이었다.
그러다,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저도 언젠가 제 책을 써보고 싶어요.”
그 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어진 차가운 한마디.
“유명인도 아니시잖아요, 책을 내서 천 부라도 팔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환상이죠."
그분의 반응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가 믿지 않는다면, 내가 스스로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독립출판을 결심했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평소 어떤 시도에 필요한 건 화려한 배경이 아니라 꾸준한 실행이라 믿었기에 관련 책과 온라인 강의로 출판 과정을 익히고, 글을 하나씩 쌓아갔다.
책에 옮길 글을 정리하면서 전문 편집자는 아니었지만 평소 글을 꽤 잘 썼던 언니의 도움을 받았다.
영문판은 미국 Amory 대학교 편집장 출신 제레미와 함께 작업했다. 그는 번역과 편집을 함께 맡아주었고, 덕분에 완성도 높은 버전이 만들어졌다.
퇴근 후의 시간은 온전히 집필에 쏟았다. 하루하루 피곤했지만, 집중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확히 네 달 후, 한국어 버전이 완성됐다.
출간을 알리던 날, 생각보다 많은 반응이 돌아왔다.
축하 메시지, 책을 들고 찍은 사진,
그리고 나의 출간 도전에 “영감을 받았다”는 말들.
그 글을,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봐 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크리스마스 아침, 선물과 같은 소식이 하나 더 전해졌다.
싱가포르의 주요 테크 미디어 e27이 ‘Top 10 여성 기고자’로 나를 선정한 것이다.
팔로워들은 함께 기뻐해 주었고,
그 순간만큼은 처음 ‘환상’이라 불렸던 그 일이, 하나의 현실로 자리 잡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됐다.이 여정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것을.
예상치 못한 한 통의 전화
그날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그런데 갑자기 울린 전화 한 통이 나를 완전히 멈추게 했다.
수화기 너머로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일보 기자입니다. 메시지를 먼저 드렸었는데요. 지금 한국에서 링크드인의 성장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혹시 잠시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머릿속이 순간 멈췄다.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저를 알게 되셨나요?”
기자의 대답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링크드인 미국 본사 미디어팀에 연락해서 ‘한국에서 추천할 만한 인플루언서가 있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딱 한 사람의 이름만 주더군요.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정말 내 이름이? 그것도 링크드인 미국 본사에?
믿기지 않았다.
내가 타이핑했던 수많은 글들, 몇 번이고 다듬어 올렸던 짧은 문장들, 그 모든 것들이 국경을 넘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얼마 뒤, 나는 실제로 내 이름이 실린 기사를 보게 되었다.
링크드인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 아래, AI 도구를 활용해 퍼스널 브랜딩을 돕는 팁들이 인용되었고, 나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었다.
모니터 속 내 이름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무언가 해냈구나.’

숫자가 아닌, 영향력
그날 아침, 언제나처럼 받은편지함을 열었다. 그런데 단번에 시선이 멈춘 제목이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2024 글로벌 여성 인플루언서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느낌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 시상식에 초청받은 것이었다.
처음이었다. 내가 국제 무대에 선다는 것.
시상식 무대에 오르기 전, 떨림이 있었다.
조명이 나를 비췄고, 마이크가 눈앞에 놓였다.
전 세계에서 온 영향력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제가 처음 SNS에 글을 올렸을 때, 제 이야기를 들어준 건 친구 몇 명과 제 가족들 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저희 포스팅은 연간 백만 회 이상 조회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깨달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보내는 메시지의 ‘영향력’이라는 것을요.”
순간,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격려와 축하의 박수가 들렸다.
그리고 이 소식을 소셜미디어에 전하자 수많은 분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나를 처음 팔로우해 준 사람들, 조용히 응원해온 이들, 그들이 지금 이 순간, 이 무대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나는 생각보다 멀리 왔고, 나의 이야기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고 있다는 것을.

책장 위에 놓인 책 한 권
책을 출간한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몇 권이나 팔렸어요?”
사람들은 숫자로 성과를 가늠하려 했다. 마치 책의 가치는 판매 부수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진정한 반응은 뜻밖의 방향에서 찾아왔다.
각 분야의 리더들, 이미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은 분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출간 자체가 대단한 일이에요.”
“영어로도 출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들은 세상에 무언가를 내놓은 ‘용기’ 자체를 인정해 주었다.
누군가의 예상대로 내 책은 베스트셀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책은 국립세종도서관과 수십개의 도서관 ‘마케팅’ 서가에,유명 저자들의 책 옆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그 소식을 조심스럽게 공유했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TV에서만 보던 경제분야 전문가분께서 내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른 것이다.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자, 그분의 답장은 따뜻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계속 나아가세요. 응원합니다.”
책이 팔린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누가 그 책을 기억해주는가였다.
평범함 너머의 여정
처음엔 명확한 목표 하나로 시작했다.
유망한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신뢰받는 연결자.
그게 내가 바라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나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도전과 실행의 아이콘, 동미쿠스.”
분명 도전은 쉽지 않았다. 거절은 수없이 많았고, 매번 방향을 재정비해야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여정 끝에, 지금 나는 디지털 퍼스널 브랜딩과 스토리텔링에서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방 라디오 방송부터 유튜브 인터뷰, TV 강연, 각종 세미나까지—이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무대들이 하나둘 열렸다.
무엇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그건 바로, ‘진짜 나’를 드러내는 용기였다.
꾸미지 않고, 내가 믿는 가치를 말하고,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그 진정성이야말로 이 치열한 세계에서 나를 살아남게 한 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글로벌 멘토십 프로그램에서 Richard Tran을 만났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30대에 이미 3번 시장으로 당선된 인물이었고, 현재는 베트남 제조업을 위한 HR 솔루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한국을 방문한 그와 나눈 대화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당신의 첫 책일 뿐이에요. 이제 다른 방식으로도 계속 목소리를 전하세요. 더 멀리, 더 다양한 방식으로.”
그 순간,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준비가 되어있을까? 이젠 다음으로 나아갈 시간인가?
대답은 명확했다. 나는 이제 ‘보통 너머’에서, 조용히 다음 챕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글은 글로벌 리더들과 함께한 앤솔로지 Shaken, Stirred, But Not Deterred Vol. 3: Celebrating the Power of Human Spirit 에 수록된 저의 에세이를 한국어로 옮긴 것입니다. 사람의 내면이 지닌 회복력과 가능성을 기리는 이 여정에, 저 역시 한 조각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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