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미래, 생존하는 리더의 사고방식
-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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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7월 16일

Roger Spitz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미래 전략가 로저 스피츠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Disruptive Futures Institute를 이끌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WEF) 고문으로 활동 중입니다. Capgemini, IBM, NASA, Reuters 등 글로벌 기업에서 수백 회 기조연설을 해왔으며, AI·기후 변화·기술 혁신이 초래할 구조적 변화를 연구하는 전략 전문가입니다.
그의 저서 《Disrupt with Impact》는 “더 이상 과거 데이터에 의존해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2024 Foreword Indies Book of the Year Award(비즈니스·경제 부문)와 Harvey Chute Best Book Award 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엔 ‘전례 없음’이 뉴스의 머리말이었지만,이젠 ‘예외’가 아닌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경험, 익숙한 조언으로 미래를 설계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건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빠르게 감지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힘입니다.
기술은 이미 인간의 판단을 넘어서기 시작했고,우리가 마주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사회, 리더십, 인간의 역할 전체를 재구성하는 거대한 전환입니다.
이번 대화는 단지 AI의 가능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미래에 인간은 여전히 의미 있는 존재일 수 있는가?"이 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탐색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결정’하고 ‘준비’하는지에 달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미래전략가 로저 스피츠의 인사이트를 통해, 불확실성과 AI의 시대에 우리가 마주해야 할 리더십의 방향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AI가 만들어가는 미래
🎤 오랫동안 기술 및 투자 분야에서 일해 오셨는데, AI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테크 기업의 M&A를 담당했고, 현재는 벤처캐피탈 파트너로서 기술과 금융의 변화에 대한 전략적 예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이 과정에서 세계 각지의 CEO, 창업가, 정책 입안자들과 협업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AI가 단순한 기술 흐름을 넘어 인류 사회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AI는 일시적인 유행이나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기술 열풍이 아니라는 점입니다.오히려 저는 AI가 만들어내는 근본적 전환—그리고 그것이 다음 단계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전기와 인터넷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꿨듯, AI는 사회 전체의 작동 방식—특히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이제 AI는 인간이 독점해오던 판단과 선택의 영역에까지 진입했고, 그에 따라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21세기에도 인간이 여전히 유의미한 존재가 될 수 있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앞으로도 인간의 자유 의지와 선택은 존중받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 속에서 저는 ‘Techistentialism’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기술 변화의 중심에서 인간의 의미와 역할을 다시 정의하려는 철학적 시도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경험은 더 이상 미래의 나침반이 될 수 없다
🎤 Disrupt with Impact를 집필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세상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분명해지는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바로, 우리가 기대는 시스템이 생각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는 점입니다.세상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죠.
많은 이들이 여전히 세상을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구조라고 믿습니다.마치 고정된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죠.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착각은 우리가 기회를 놓치고,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Disrupt with Impact》는 출발했습니다. 저는 특히 AI, 지속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사이버 보안과 같은 복잡하게 얽힌 핵심 이슈들에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미래를 하나의 정해진 그림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숙련된 항해사가 다양한 기상 변화에 대비하듯,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사고방식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충격에도 회복력을 갖춘 조직과 개인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들 간의 상호작용을 선제적으로 사고하고,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에 준비된 상태여야 합니다.

🎤 이 책을 지금 시점에 출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근 뉴스 헤드라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역사적인’, ‘전례 없는’, ‘사상 최초’라는 표현이 매일같이 등장하죠.어쩌면 이 “전례 없음” 자체가 이제는 새로운 표준이 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그만큼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빨라지고 있고, 기존의 접근 방식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이나 기존 지식만으로는 불확실성을 돌파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끊임없이 지형이 바뀌는 미로 속을 항해하는 시기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나침반, 즉 새로운 사고 체계와 전략의 프레임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Disrupt with Impact》는 바로 그 나침반을 함께 그려보자는 제안이자,예측이 아닌 감지와 대응 중심의 사고 전환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말하고자 했던 출발점이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불변의 법칙
🎤 현재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많은 전문가들이 트렌드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지만,트렌드라는 것은 결국 자동차의 백미러와 같습니다.이미 지나간 것들만 보여줄 뿐,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지는 않죠.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연결된 세상에서는 과거의 추세만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Disruptive Futures Institute에서는 이런 시대적 특성을 반영해, 서로 다른 시스템이 상호작용하고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만들어내는 구조적 전환을 ‘Metaruption’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마치 아마존 열대우림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하나의 종이 멸종하면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고,날씨 하나가 바뀌면 예기치 못한 연결 고리들이 반응하죠. 이처럼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복잡계 안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단순히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보다, 그 너머를 상상하고 조합해내는 창의적인 사고와 통합적 시야가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 이렇게 모든 것이 불확실해 보이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아무리 예측 불가능한 시대라 해도, 여전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불변의 흐름이 존재합니다. 먼저, 세상은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저는 이를 ‘UN-VI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이는 Unknown(불확실성), Volatile(변동성), Intersecting(상호연결성), Complex(복잡성), Exponential(기하급수적 변화)의 약자로,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다섯 가지 특징입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조언(advice)—즉,과거 경험에 기반한 정형화된 해결책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왜냐하면 미래는 단순히 불확실한 것이 아니라, 예측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알 수 없는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해법이 아니라,이 변화 요소들이 어떻게 맞물려 진화하고, 어떤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입니다.
둘째, 지속 가능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과거의 디지털 전환처럼, 오늘날에는 모든 전략과 의사결정의 중심에 지속 가능성이 자리해야만 합니다.
셋째, 기술 발전의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습니다.특히 AI, 로봇공학, 헬스케어, 기후 기술이 서로 융합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죠.
넷째, 의사결정에서 데이터와 정보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AI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고, 그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확장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점점 더 탈중앙화된 세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기존의 중앙 집중식 구조는 약해지고, 분산된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겉으로는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이 다섯 가지는 우리가 미래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한 조직의 생존 전략
🎤 AI가 주도하는 미래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회복 탄성력(resilience)입니다.마치 우리 몸의 면역 체계처럼, 예기치 못한 변화 속에서도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갖추는 것이죠. 이를 위해 저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예측 가능한 리더십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단, 이것은 과거처럼 일방향으로 지시하는 방식이 아닙니다.지금처럼 복잡한 시대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조율하면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응형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둘째, ‘약한 신호(weak signals)’를 감지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큰 변화는 언제나 작은 징후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ChatGPT의 급부상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미 자연어 처리(NLP)와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는 초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셋째, 실험과 학습, 재학습, 그리고 비학습이 일상화된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더 이상 완벽한 계획에 의존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이제는 작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빠르게 배우고,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적응하는 유연한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기술 변화 속에서 기업이 반드시 준비해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요?
기술의 양면성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I와 같은 신기술은 놀라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수반합니다.따라서 기업은 단순한 기술 수용을 넘어, ‘technology foresight(기술 통찰)’ 역량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기술 통찰은 예측(Predict), 모니터링(Monitor), 대응(Respond)의 세 단계로 구성됩니다.잠재적 영향을 분석하고, 실제 적용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죠.
결국 중요한 것은,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역량입니다.이는 마치 어떤 공격이 올지 알 수는 없지만, 충분한 훈련을 통해 그 어떤 변화에도 반응할 준비가 된 상태와 같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은 단순히 빠른 조직이 아닌,자신만의 관점을 지니고, 변화를 읽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행동력을 내재화한 조직일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을 포함한 앞으로의 변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근본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두려움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어떠한 미래를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그 미래속에서 인간인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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